어피니티 디자이너에서 텍스트를 깃발처럼 휘날리게 하거나, 둥근 엠블럼 로고에 맞춰 아치형으로 구부리고 싶을 때, 많은 입문자가 가장 먼저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텍스트 레이어를 마우스 우클릭하여 ‘곡선으로 변환’을 누르는 것입니다.
물론 이 방법으로 텍스트를 왜곡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명령을 실행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텍스트’가 아닌 ‘도형’이 되어버립니다. 나중에 오타를 발견하거나 폰트를 바꾸고 싶다면,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모든 좌절은 어피니티 디자이너 V2에 탑재된 ‘벡터 워프(Vector Warp)’ 기능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 강력한 도구는 텍스트의 편집 가능성을 100% 살린 채, 자유자재로 왜곡하는 ‘비파괴’ 작업의 핵심입니다.
벡터 워프(Vector Warp)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벡터 워프는 어피니티 디자이너 V2부터 탑재된 벡터 개체 전용 ‘왜곡 도구’입니다. 이 기능은 디자이너 페르소나(벡터 모드)의 도구 모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삼각형 모양의 ‘노드 툴’을 길게 누르면 숨겨진 메뉴에 있습니다.)
이 도구의 핵심은 ‘픽셀 유동화 페르소나’나 ‘라이브 유동화 필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 픽셀 유동화 (Liquify): 픽셀(점)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벡터를 픽셀화(Rasterize)시키므로 확대하면 깨질 수 있습니다.
- 벡터 워프 (Vector Warp): 벡터(수학적 경로)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아무리 왜곡해도 결과물은 완벽한 벡터이므로 무한대로 확대해도 깨지지 않습니다.
이 도구는 우리가 왜곡하려는 텍스트나 도형의 속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그 위에 ‘왜곡용 격자(Mesh)’를 씌워 조작하는 방식입니다.
파괴적 방식 vs 비파괴적 방식 (V1과 V2의 결정적 차이)
왜 비싼 돈을 주고 V2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지, 이 ‘벡터 워프’ 기능 하나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1. 파괴적인 방식 (V1의 유산: 곡선으로 변환)
V1(구 버전)에서 텍스트를 왜곡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텍스트를 입력합니다.
- 레이어 메뉴에서 ‘곡선으로 변환'(Convert to Curves)을 선택합니다. (단축키:
Ctrl+Enter) - ‘노드 툴’을 선택하여 수백 개의 점을 하나하나 수동으로 움직여가며 텍스트를 찌그러뜨립니다.
- 치명적 단점: 이 과정은 ‘파괴적’입니다. ‘곡선으로 변환’을 누르는 순간, 이것은 텍스트가 아닌 단순 도형이 됩니다. 폰트 변경, 자간 조절, 오타 수정이 영원히 불가능해집니다.
2. 비파괴적인 방식 (V2의 혁신: 벡터 워프 툴)
V2(최신 버전)는 이 모든 과정을 비파괴적으로 해결합니다.
- 텍스트를 입력합니다.
- 도구 모음에서 벡터 워프 툴을 선택합니다.
- 텍스트 주변에 왜곡용 핸들(격자 또는 상자)이 나타납니다.
- 이 핸들을 당겨 텍스트를 자유롭게 왜곡시킵니다.
- 핵심 장점: 작업이 끝난 뒤에도, 언제든 ‘텍스트 툴(T)’을 다시 선택하여 오타를 수정하거나 폰트를 바꿀 수 있습니다. 왜곡된 모양은 그대로 유지된 채 텍스트 내용만 실시간으로 변경됩니다.
벡터 워프 툴 3가지 핵심 모드 완벽 가이드
벡터 워프 툴을 선택하면 상단 컨텍스트 메뉴에 3가지 모드가 나타납니다. 각 모드는 용도가 명확히 다릅니다.
1. 메시(Mesh) 왜곡 모드
가장 자유롭고 강력한 모드입니다. 포토샵의 ‘퍼펫 뒤틀기(Puppet Warp)’나 ‘픽셀 유동화’처럼 격자(그리드)를 이용해 자유롭게 왜곡합니다.
- 사용법:
- 왜곡할 벡터 개체를 선택하고 ‘벡터 워프 툴’을 누른 뒤, 상단 모드를 ‘메시’로 설정합니다.
- 개체 위에 격자무늬가 나타납니다.
- 격자의 교차점(노드)이나 선을 마우스로 당기면, 해당 부분이 고무처럼 부드럽게 늘어나거나 찌그러집니다.
- 꿀팁:
- 상단 메뉴의 ‘그리드’ 슬라이더로 격자의 촘촘함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촘촘할수록 더 세밀한 왜곡이 가능합니다.
- 깃발처럼 펄럭이는 텍스트나, 물고기 눈처럼 볼록하게 튀어나온 로고를 만들 때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2. 쿼드(Quad) 왜곡 모드
4개의 모서리 점만으로 빠르고 간단하게 원근감을 줄 때 사용합니다. 포토샵의 ‘자유 변형’ 중 ‘왜곡(Distort)’과 100% 동일합니다.
- 사용법:
- 상단 모드를 ‘쿼드’로 설정합니다.
- 개체 주변에 4개의 모서리 핸들만 나타납니다.
- 이 4개의 핸들을 자유롭게 움직여 한쪽을 좁히거나 기울일 수 있습니다.
- 꿀팁:
- 벽면에 포스터가 비스듬히 붙어있는 듯한 원근감을 표현할 때 가장 빠릅니다.
- 텍스트나 로고를 바닥에 눕히는 효과를 줄 때 유용합니다.
3. 프리셋(Preset) 왜곡 모드 (아치, 부채꼴 등)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의 ‘Warp’ 프리셋과 동일한 기능입니다. 복잡한 핸들 조작 없이, 미리 설정된 값으로 즉시 왜곡합니다.
- 사용법:
- 상단 모드 드롭다운 메뉴(기본값: 메시)를 클릭합니다.
- ‘아치(Arc)’, ‘부채꼴(Shell)’, ‘물결(Wave)’, ‘볼록(Bulge)’ 등 12가지 이상의 프리셋 목록이 나타납니다.
- ‘아치’를 선택하면 텍스트가 즉시 아치형으로 구부러집니다.
- 화면에 나타나는 주황색 핸들(슬라이더)을 조절하여 구부러지는 강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 꿀팁:
- 원형 엠블럼 로고에 텍스트를 배치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 텍스트를 패스(경로)에 입력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직관적이고 빠르게 원하는 곡률을 만들 수 있습니다.
100% 활용을 위한 전문가 꿀팁 및 유의사항
- 꿀팁 1. 언제든 텍스트 수정이 가능하다 이것이 벡터 워프의 존재 이유입니다. 프리셋으로 텍스트를 아치형으로 구부린 뒤에도, ‘텍스트 툴(T)’을 선택해 오타를 수정하면, 수정된 텍스트가 아치형을 그대로 유지하며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됩니다. 저 역시 이 기능을 알고 난 후, 오타 하나 때문에 찌그러뜨린 로고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던 끔찍한 반복 작업에서 해방되었습니다.
- 꿀팁 2. ‘그룹’에 워프 적용하기 텍스트와 아이콘을 함께 왜곡하고 싶다면, 두 레이어를 ‘그룹’으로 묶습니다. (Ctrl+G) 그리고 벡터 워프 툴로 이 ‘그룹’ 자체를 선택하여 왜곡을 적용하면, 그룹 안의 모든 개체가 동일한 왜곡 값을 공유하며 함께 찌그러집니다.
- 꿀팁 3. 왜곡 초기화 (복구) 왜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 원본으로 되돌리고 싶다면, 해당 개체를 선택하고 ‘벡터 워프 툴’을 누른 뒤, 상단 컨텍스트 메뉴에 있는 ‘제거(Remove)’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모든 왜곡이 1초 만에 사라지고 완벽한 원본 상태로 복구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질문1. 벡터 워프를 적용한 텍스트를 SVG나 AI 파일로 내보낼 수 있나요?
답변. 아니요. 이것이 어피니티의 유일한 한계입니다. 벡터 워프는 어피니티 디자이너 고유의 ‘비파괴 속성’입니다. 이 속성은 SVG나 AI 같은 표준 벡터 포맷에서는 호환되지 않습니다. 만약 이 파일들을 내보내면, 왜곡이 풀린 원본 텍스트로 저장되거나 강제로 픽셀화될 수 있습니다. 왜곡된 모양 그대로 내보내려면, 작업 완료 후 ‘곡선으로 변환’을 실행하여 비파괴 속성을 포기하고 도형으로 확정 지어야 합니다.
질문2. 아이패드 버전에도 벡터 워프 기능이 있나요?
답변. 네, V2 버전부터 동일하게 탑재되었습니다. 디자이너 페르소나의 도구 모음(왼쪽)에서 ‘노드 툴’ 아이콘을 길게 누르면 숨겨진 ‘벡터 워프 툴’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데스크톱과 동일하게 메시, 쿼드, 프리셋 모드를 모두 지원합니다.
질문3. 셰이프 빌더 툴로 합친 도형에도 워프가 적용되나요?
답변. 네, 완벽하게 적용됩니다. 셰이프 빌더 툴로 만든 복잡한 벡터 도형이나 ‘컴파운드’ 개체에도 벡터 워프 툴은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결론
어피니티 디자이너 V2의 벡터 워프 기능은 텍스트와 벡터 그래픽 작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혁신적인 도구입니다. 더 이상 ‘곡선으로 변환’을 눌러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너지 마십시오.
프리셋으로 빠르게 아치형 텍스트를 만들고, 메시 모드로 자유롭게 유기적인 형태를 탐색하십시오. 이 모든 과정이 원본 텍스트의 편집 가능성을 유지한 채 이루어진다는 것, 이것이 어피니티 디자이너가 제공하는 진정한 ‘자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