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한 선을 프로처럼 매끄럽게 만드는 스태빌라이저 설정 비법

디지털 드로잉에 입문하는 초보자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바로 ‘선(Line)’입니다. 종이에 연필로 그릴 때는 마찰력이 있어 제법 안정적인 선이 나오지만, 미끄러운 태블릿 유리판 위나 투박한 마우스로 선을 그으면 의도치 않게 선이 지글거리고 삐뚤빼뚤해지기 십상입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손을 탓하며 드로잉을 포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프로 작가들이 매끄럽고 탄력 있는 선화(Line Art)를 뽑아내는 비결은 단순히 ‘금손’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들은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강력한 보정 기능, 즉 **’스태빌라이저(Stabilizer)’**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어피니티 디자이너(Affinity Designer)는 경쟁 툴인 일러스트레이터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강력한 손떨림 보정 엔진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당신의 떨리는 손길을 기계적인 정교함으로 바꿔줄 연필 툴 스태빌라이저의 모든 설정법과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1. 스태빌라이저의 원리와 필요성

어피니티 디자이너에서 연필 툴(Pencil Tool)이나 브러시 툴을 선택하면 상단 컨텍스트 툴바 우측에 **’Stabiliser(안정화)’**라는 체크박스가 보입니다. 이 기능을 켜는 순간, 프로그램은 마우스나 펜이 지나가는 궤적을 실시간으로 계산하여 미세한 떨림을 평균값으로 상쇄시킵니다.

마치 최고급 자동차의 서스펜션이 노면의 진동을 잡아주듯, 스태빌라이저는 손목의 불필요한 떨림을 걸러내고 내가 의도한 ‘방향성’만을 추출하여 화면에 그려줍니다. 이 기능은 단순히 선을 예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선을 긋는 속도와 리듬감을 조절해 주어 작업의 피로도를 낮추고 결과물의 퀄리티를 수직 상승시키는 핵심 기능입니다. 특히 캘리그라피나 로고 디자인의 라인 작업을 할 때 이 기능을 끄고 작업하는 것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2. 밧줄로 끌어당기는 느낌 로프 모드의 특징

스태빌라이저를 활성화하면 두 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이자 가장 독특한 방식이 **’로프 모드(Rope Mode)’**입니다. 이 모드를 선택하면 커서와 실제 선 사이에 가상의 ‘밧줄(Rope)’이 연결된 것처럼 작동합니다.

커서를 움직이면 즉시 선이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밧줄의 길이만큼 커서가 먼저 이동한 뒤에 선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따라옵니다. 이 방식의 최대 장점은 **’급격한 꺾임(Sharp Corner)’**을 표현할 때입니다. 커서를 뾰족하게 꺾어야 하는 지점까지 이동시킨 후 잠시 멈추면, 선이 밧줄을 따라오다가 정확히 그 지점에서 멈춥니다. 그리고 다시 다른 방향으로 밧줄을 당기면 날카로운 모서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펜 툴을 쓰지 않고도 연필 툴만으로 뾰족한 잎사귀 끝이나 번개 모양 같은 날카로운 선화를 따낼 때 로프 모드는 대체 불가능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3. 평균값으로 부드럽게 윈도우 모드의 활용

두 번째 모드는 **’윈도우 모드(Window Mode)’**입니다. 로프 모드가 물리적인 끈의 느낌이라면, 윈도우 모드는 수학적인 ‘평균’의 느낌입니다. 설정한 범위(Window) 내에서 입력된 좌표들의 위치를 평균 내어 선을 그립니다.

이 모드는 커서가 이동하는 대로 선이 부드럽게 따라오지만, 로프 모드처럼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은 덜합니다. 대신 전체적인 곡선의 흐름을 아주 유려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줍니다. 원형, 타원, 완만한 파도 모양 등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야 할 때 적합합니다. 특히 손글씨(캘리그라피)를 쓸 때 로프 모드는 글씨 획의 삐침을 표현하기 어렵지만, 윈도우 모드는 필압과 속도감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면서도 떨림만 잡아주기 때문에 글씨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4. 보정 강도를 결정하는 길이 값 설정 노하우

두 모드 모두 ‘길이(Length)’ 값을 설정해야 합니다. 이 수치가 스태빌라이저의 ‘강도’를 결정합니다. 값이 클수록 보정은 강력해지지만, 그만큼 선이 커서를 따라오는 속도가 느려집니다(딜레이 발생).

  • 낮은 값 (5~10): 아주 미세한 손떨림만 잡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빠른 스케치나 필기감이 살아있는 드로잉에 적합합니다. 반응 속도가 빨라 이질감이 적습니다.
  • 중간 값 (15~30): 깔끔한 라인 아트를 따거나 로고의 외곽선을 그릴 때 가장 많이 쓰는 구간입니다. 적당한 묵직함이 느껴지며 안정적인 선을 그을 수 있습니다.
  • 높은 값 (50 이상): 마우스로 아주 긴 곡선을 한 번에 그어야 하거나, 완벽에 가까운 원을 프리핸드로 그려야 할 때 사용합니다. 선이 매우 느리게 따라오므로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며 그어야 합니다.

초보자라면 처음에 20 정도에 두고 연습하다가, 자신의 드로잉 속도에 맞춰 값을 조금씩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조건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속도’를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5. 마우스 유저를 위한 구원 투수

스태빌라이저 기능은 태블릿 유저에게도 유용하지만, 사실 **’마우스 유저’**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기능입니다. 마우스는 구조상 손목 스냅을 이용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기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피니티 디자이너의 스태빌라이저(특히 로프 모드)를 켜고 길이 값을 30 이상으로 높이면, 마우스로도 펜 툴 못지않은 매끄러운 곡선을 그려낼 수 있습니다.

벡터 아트워크를 하고 싶지만 펜 타블렛이 없어 망설였던 분들이라면, 이 기능을 통해 장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벡터 아티스트들이 펜 툴의 노드 수정 작업이 귀찮을 때, 마우스와 스태빌라이저 조합으로 빠르게 형상을 스케치하곤 합니다.

결론적으로 어피니티 디자이너의 스태빌라이저는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디지털 드로잉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엔진입니다. 내 손이 똥손이라서 선이 엉망인 것이 아닙니다. 단지 설정을 몰랐을 뿐입니다. 상황에 맞는 모드(로프 vs 윈도우)와 적절한 길이 값을 세팅하여, 여러분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흔들림 없이 완벽한 선으로 구현해 보시길 바랍니다.

❓ 스태빌라이저 관련 질문 (FAQ) 5가지

Q1 스태빌라이저를 켰는데 선이 너무 늦게 따라와서 답답해요. A 상단 툴바의 ‘Length(길이)’ 값이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값을 10 이하로 낮추면 반응 속도가 빨라집니다. 정교한 선이 필요할 때는 높게, 빠른 스케치가 필요할 때는 낮게 조절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Q2 펜 툴(Pen Tool)에도 스태빌라이저가 있나요? A 아니요, 펜 툴은 점(Node)을 찍어 베지에 곡선을 만드는 방식이라 손떨림 보정이 필요 없습니다. 스태빌라이저는 프리핸드 드로잉 도구인 ‘연필 툴(Pencil Tool)’, ‘벡터 브러시 툴’, **’픽셀 브러시 툴’**에서만 활성화됩니다.

Q3 로프 모드와 윈도우 모드 중 무엇이 더 좋은가요? A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용도가 다릅니다. 뾰족한 모서리가 많은 그림이나 꺾임이 중요한 도안에는 **’로프 모드’**가 좋고, 원형이나 완만한 곡선, 글씨를 쓸 때는 **’윈도우 모드’**가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Q4 이미 그린 선의 떨림을 나중에 보정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이미 그려진 선을 선택하고 상단 메뉴의 ‘Smooth Curve(곡선 부드럽게 하기)’ 버튼을 누르거나, 노드 툴로 불필요한 노드를 삭제하면 선이 매끄러워집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스태빌라이저를 켜고 그리는 것이 수정 시간을 훨씬 단축해 줍니다.

Q5 태블릿 필압 감지와 스태빌라이저를 동시에 쓸 수 있나요? A 물론입니다. 상단 툴바의 ‘Controller’ 옵션을 ‘Pressure(필압)’로 설정하고 스태빌라이저를 켜면, 선의 두께는 필압에 따라 변하면서 선의 궤적은 스태빌라이저가 보정해 줍니다. 이 조합은 캘리그라피나 만화 펜 터치 작업에 최적의 세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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