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 디자인에서 날카로운 직각은 강인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지만, 현대적인 UI 디자인이나 감성적인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부드럽게 다듬어진 ‘라운드 코너(Rounded Corner)’가 필수적입니다. 과거에는 펜 툴로 일일이 점을 찍고 핸들을 당겨서 곡선을 만들었지만,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수학적으로 완벽한 원형을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어피니티 디자이너(Affinity Designer)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직관적이고 강력한 **’코너 툴(Corner Tool)’**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모서리를 둥글게 만드는 것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코너를 디자인하고 언제든지 수정 가능한 ‘비파괴(Non-destructive)’ 방식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경쟁 프로그램인 일러스트레이터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받기도 합니다. 오늘은 디자인의 완성도를 한 끗 차이로 높여주는 코너 툴의 모든 기능과 실무 활용 팁을 상세히 분석해 드립니다.
1. 코너 툴의 기본 작동 원리와 단축키 활용
어피니티 디자이너의 툴바에서 코너 툴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단축키 **’C’**를 누르면 즉시 활성화됩니다. 이 툴의 가장 큰 매력은 **’직관성’**입니다. 복잡한 수치를 입력할 필요 없이, 도형의 모서리에 마우스를 갖다 대고 안쪽으로 드래그하기만 하면 즉시 둥근 모서리가 생성됩니다.
이때 생성되는 곡선은 단순한 눈속임이 아닙니다. 프로그램 내부적으로 완벽한 기하학적 원호를 계산하여 적용합니다. 드래그하는 정도에 따라 반경(Radius) 값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표시되며, 사용자는 시각적으로 확인하면서 원하는 둥근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 개의 모서리를 동시에 둥글게 만들고 싶다면, Shift 키를 누른 상태로 원하는 모서리들을 다중 선택한 뒤 드래그하면 됩니다. 이 직관적인 워크플로우는 작업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해 줍니다.
2. 단순한 원형을 넘어선 다양한 코너 스타일 적용
많은 초보자가 코너 툴을 단순히 ‘모서리를 둥글게 만드는 도구’로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단 컨텍스트 툴바(Context Toolbar)를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옵션이 숨겨져 있습니다. 기본값인 ‘Rounded(둥근형)’ 외에도 ‘Concave(오목형)’, ‘Straight(직선형/모따기)’, ‘Cutout(파임형)’ 등 총 4가지 스타일을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티켓이나 쿠폰 디자인을 할 때 모서리가 안쪽으로 파인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면, 펜 툴로 고생할 필요 없이 코너 툴에서 ‘Concave’ 타입을 선택하고 드래그 한 번이면 끝납니다. 기계 부품 도면을 그릴 때 모서리를 사선으로 깎아내는 ‘챔퍼(Chamfer)’ 효과가 필요하다면 ‘Straight’ 타입을 선택하면 됩니다. 이처럼 코너 툴 하나만으로도 복잡한 도형의 변형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어 디자인의 표현 범위가 넓어집니다.
3. 언제든 수정 가능한 비파괴 편집의 강력함
어피니티 디자이너가 가진 최고의 강점은 바로 **’비파괴 편집(Non-destructive Editing)’**입니다. 코너 툴로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후, 다른 작업을 하다가 파일 저장하고 며칠 뒤에 다시 열어도 그 모서리 값은 살아있습니다. 즉, 언제든지 다시 코너 툴을 선택하여 반경을 조절하거나 아예 원래의 직각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구버전이나 일부 벡터 툴들이 코너를 적용하는 순간 영구적인 곡선으로 변환(Expand)해 버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유연성입니다. 클라이언트가 “모서리를 조금만 더 둥글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했을 때, 도형을 새로 그릴 필요 없이 수치만 살짝 바꾸면 됩니다. 이러한 유연성은 수정이 빈번한 실무 디자인 환경에서 디자이너의 퇴근 시간을 앞당겨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4. 베이크 어피어런스로 형상 확정 짓기
비파괴 방식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모서리 효과를 완전히 도형의 속성으로 확정 지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도형과 합치기(Boolean Add)나 빼기(Subtract) 연산을 해야 하거나, SVG 파일로 내보내 웹 개발자에게 전달해야 할 때입니다. 이때 사용하는 기능이 바로 **’베이크 어피어런스(Bake Appearance)’**입니다.
상단 툴바에 있는 이 버튼을 누르면, 코너 툴로 적용된 가상의 효과가 실제 벡터 패스(Path)로 변환됩니다. 이제 모서리는 ‘코너 속성’이 아닌 수많은 ‘점(Node)’과 ‘핸들’로 이루어진 영구적인 곡선이 됩니다. 주의할 점은 한 번 베이크(굽기)를 하면 다시 코너 툴로 반경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디자인 수정이 끝난 최종 단계나, 다음 단계의 변형이 꼭 필요할 때만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5. 특정 노드만 골라서 정교하게 제어하기
코너 툴은 도형 전체뿐만 아니라 **’단일 노드(점)’**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별 모양이나 복잡한 로고를 그릴 때, 뾰족한 끝부분은 놔두고 안쪽으로 들어간 모서리만 부드럽게 만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코너 툴로 원하는 포인트만 콕 집어서 선택한 뒤 드래그하면 해당 부분만 곡선 처리가 됩니다.
또한, 이미 그려진 곡선 중간에 있는 노드에도 코너 툴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보통 코너 툴은 직선과 직선이 만나는 모서리에만 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곡선이 꺾이는 지점의 노드를 선택하고 코너 툴을 적용하면 그 꺾임이 훨씬 더 부드럽고 유기적인 곡률로 다듬어집니다. 이는 펜 툴로 그린 선이 어색할 때 자연스럽게 보정하는 고급 테크닉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어피니티 디자이너의 코너 툴은 단순한 기능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디자이너의 편의성과 작업 효율을 극대화하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직관적인 조작, 다양한 스타일, 그리고 강력한 비파괴 편집 기능을 마스터한다면, 여러분의 벡터 아트워크는 기계적인 딱딱함을 벗고 한층 더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거듭날 것입니다. 작은 모서리의 디테일이 디자인의 품격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코너 툴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5가지
Q1 코너 툴을 적용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어요. A 코너 툴은 기본적으로 ‘샤프 노드(Sharp Node, 뾰족한 점)’에만 작동합니다. 만약 해당 모서리가 이미 핸들을 가진 ‘스무스 노드(Smooth Node)’라면 코너 툴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땐 노드 툴로 점을 선택해 ‘Sharp’ 속성으로 변경한 뒤 다시 시도해 보세요.
Q2 텍스트에도 바로 코너 툴을 쓸 수 있나요? A 불가능합니다. 텍스트는 폰트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바로 변형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텍스트를 선택하고 Ctrl + Enter(Convert to Curves)를 눌러 벡터 도형으로 깨뜨린 후에 코너 툴을 사용해야 합니다.
Q3 모서리 반경을 정확한 수치(px, mm)로 입력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마우스 드래그가 직관적이지만, 정확한 수치가 필요할 때는 상단 컨텍스트 툴바의 ‘Radius(반경)’ 입력창에 원하는 숫자를 직접 입력하면 됩니다. UI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Q4 한 도형 안에서 모서리마다 다른 반경을 줄 수 있나요? A 물론입니다. 도형 전체를 선택하지 말고, 코너 툴로 변형하고 싶은 모서리의 점 하나만 클릭해서 드래그하세요. 각 모서리마다 제각각 다른 크기와 스타일(하나는 둥글게, 하나는 오목하게 등)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Q5 코너 툴로 만든 모양이 자꾸 원래대로 돌아가요. A 혹시 ‘베이크 어피어런스’를 하지 않고 도형의 크기를 비대칭으로 조절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세요. 코너 속성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도형을 납작하게 누르면 코너의 비율도 함께 왜곡될 수 있습니다. 형태를 유지하며 크기를 바꾸고 싶다면 먼저 베이크를 하거나, ‘Scale with object’ 옵션을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