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 디자이너로 벡터 오브젝트를 자를 때, 마우스가 튀거나 손이 떨려 울퉁불퉁한 절단면 때문에 좌절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결국 펜 툴로 새 도형을 그려 ‘불리언 빼기’를 하거나, 노드 툴로 점을 하나하나 수정하는 고된 작업을 반복하곤 합니다.
이 모든 문제는 도구가 아닌 ‘설정’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어피니티 디자이너 나이프 툴에는 99%의 입문자가 모르는 강력한 ‘스태빌라이저(Stabilizer)’ 기능이 숨어있습니다. 이 기능 하나만 켜도, 당신의 지렁이 같던 마우스 드래그가 전문가의 칼질처럼 매끄럽게 변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어피니티 디자이너 나이프 툴이란 무엇인가요?
먼저 나이프 툴(Knife Tool)의 정체부터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 도구는 디자이너 페르소나(벡터 모드)의 도구 모음에서 ‘벡터 자르기 도구(Vector Crop Tool)’를 길게 누르면 숨겨져 있습니다.
나이프 툴은 이름 그대로, 캔버스 위의 벡터 오브젝트를 사용자가 그린 ‘선’을 따라 잘라내는 가장 직관적인 도구입니다.
- 가위 툴 (Scissor Tool)과의 차이: 가위 툴은 기존에 있던 ‘노드(점)’나 ‘패스(선)’ 위만 자를 수 있습니다.
- 불리언 ‘나누기’ (Divide)와의 차이: 나누기 기능은 겹쳐진 모든 영역을 조각내버려 불필요한 조각이 많이 생깁니다.
- 나이프 툴: 이 두 도구와 달리, 나이프 툴은 레이어 구조와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내가 ‘선택한’ 도형만 정확히 잘라냅니다.
하지만 이 강력한 직관성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따릅니다. 바로 ‘손 떨림’입니다.
나이프 툴의 치명적 단점: ‘손 떨림’과 울퉁불퉁한 절단면
나이프 툴을 마우스나 펜 타블렛으로 사용해 본 분들은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매끄러운 S자 곡선으로 도형을 자르고 싶었지만, 결과물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울퉁불퉁하게 잘려나갑니다.
이는 나이프 툴이 우리의 미세한 손 떨림까지 픽셀 단위로 정직하게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숨을 참고 드래그해도, 100% 완벽하게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펜 툴로 다시 수정하는 것은, 나이프 툴의 존재 이유인 ‘신속성’과 ‘직관성’을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스태빌라이저 설정으로 1초 만에 전문가처럼 자르기
이 ‘손 떨림’ 문제를 1초 만에 해결하는 비결이 바로 상단 컨텍스트 메뉴에 있는 ‘스태빌라이저(Stabilizer)’ 설정입니다. 이 기능은 사용자의 손 떨림을 소프트웨어가 실시간으로 보정하여, 매우 부드럽고 매끄러운 절단선을 자동으로 그려줍니다.
1단계: 툴 선택 및 스태빌라이저 활성화
- 오브젝트 선택: 가장 중요합니다. 나이프 툴은 회색으로 비활성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캔버스에서 자르고자 하는 벡터 오브젝트(도형, 곡선)를 먼저 선택해야 툴이 활성화됩니다.
- 나이프 툴 선택: 도구 모음에서 ‘나이프 툴’을 선택합니다.
- 스태빌라이저 켜기: 상단 컨텍스트 메뉴를 보면 **스태빌라이저(Stabilizer)**라는 체크박스(혹은 버튼)가 있습니다. 이것을 클릭하여 활성화합니다.
2단계: 스태빌라이저 2가지 모드 완벽 이해
스태빌라이저를 켜면 두 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용도가 다르므로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 1. 로프 모드 (Rope Mode) – 강력 추천
- 원리: 마우스 커서 뒤에 빨간색 ‘로프(Rope)’가 따라붙습니다. 실제 절단선은 이 로프의 끝부분에서 그려집니다.
- 특징: 마우스가 짧게 떨리거나 방향을 틀어도, 로프가 이 떨림을 무시하고 평균값으로 부드럽게 따라옵니다. 마치 긴 밧줄을 끌고 가는 것처럼, 궤적이 매우 매끄럽게 보정됩니다.
- 용도: 텍스트를 물결 모양으로 자르거나, 오브젝트를 긴 S자 곡선으로 자르는 등, 부드러운 곡선이 필요할 때 압도적으로 유용합니다.
- 2. 창 모드 (Window Mode)
- 원리: 마우스 커서 주변에 원형의 ‘창(Window)’이 생깁니다. 절단선은 이 창의 중심에서 평균값으로 그려집니다.
- 특징: 로프 모드보다 반응성이 빠릅니다. 손 떨림을 보정해 주면서도, 로프 모드 특유의 ‘딜레이’가 적어 비교적 정확한 지점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 용도: 이미 그려진 스케치를 따라 자르거나, 비교적 정교한 제어가 필요할 때 사용합니다.
3단계: ‘길이(Length)’ 설정 (핵심)
스태빌라이저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길이’ 값은 보정의 ‘강도’를 의미합니다.
- 길이 10 이하: 보정력이 약합니다. 반응은 빠르지만 손 떨림이 어느 정도 남습니다.
- 길이 30~50: 가장 이상적인 설정값입니다. 손 떨림은 확실히 잡아주면서, 커서의 움직임을 적절히 따라옵니다.
- 길이 80 이상: 보정력이 극도로 강해집니다. 로프 모드라면 밧줄이 매우 길어져, 마우스를 멈춰도 한참 뒤에 절단선이 따라옵니다. 거의 직선에 가까운 매끄러움을 주지만, 정교한 컨트롤은 불가능합니다.
4단계: ‘선분 닫기’ 옵션은 반드시 켠다
상단 메뉴의 선분 닫기(Close cut to create shapes) 옵션은 99%의 경우 반드시 켜야 합니다.
- 껐을 때 (비추천): 오브젝트를 자르면, 잘린 단면이 ‘열린 경로(Open Path)’가 됩니다. 즉, 색을 채울 수 없는 ‘선’이 되어버립니다.
- 켰을 때 (필수): 오브젝트를 자르면, 어피니티 디자이너가 잘린 단면을 자동으로 막아 두 개 이상의 완벽하게 ‘닫힌’ 새 도형으로 만들어줍니다. 즉, 자른 조각에 바로 다른 색상을 채울 수 있습니다.
실전 활용: 텍스트(로고) 자르기
이 스태빌라이저 기능은 특히 텍스트나 로고를 스타일리시하게 자를 때 빛을 발합니다. 저 역시 처음엔 이 기능 없이 텍스트를 자르려다 마우스가 튀는 바람에 엉망이 된 경험이 있습니다.
- 텍스트 입력: 텍스트 툴(T)로 원하는 글자를 입력하고 폰트와 크기를 ‘완벽하게’ 확정합니다.
- 곡선으로 변환 (필수/파괴적): 텍스트 레이어를 선택한 상태로, 상단 메뉴 **레이어(Layer) > 곡선으로 변환(Convert to Curves)**을 클릭합니다. (단축키:
Ctrl+Enter또는Cmd+Return) (주의: 이 순간 텍스트는 더 이상 오타 수정이 불가능한 ‘도형’ 그룹으로 변환됩니다. 원본을 복제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나이프 툴 선택: ‘곡선’이 된 텍스트 그룹을 선택합니다.
- 스태빌라이저 설정: ‘나이프 툴’을 선택하고, 스태빌라이저 켜기 + 로프 모드 + 길이 40 + 선분 닫기 켜기로 설정합니다.
- 자르기: 텍스트의 바깥쪽에서 드래그를 시작하여, 부드러운 물결 모양으로 텍스트를 완전히 가로질러 반대편 바깥쪽에서 마우스를 뗍니다.
- 분리: 이동 툴(V)을 선택하고 윗조각과 아랫조각을 분리해 보면, 울퉁불퉁함 하나 없이 완벽하게 매끄러운 곡선으로 잘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질문1. 나이프 툴이 회색으로 비활성화되어 선택이 안 됩니다.
답변. 99% 둘 중 하나입니다. 첫째, 픽셀 페르소나(포토샵 모드) 상태일 수 있습니다. 나이프 툴은 디자이너 페르소나(벡터 모드)에서만 작동합니다. 둘째,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이프 툴은 ‘무엇을’ 자를지 알아야 하므로, 캔버스에서 자르고 싶은 벡터 도형을 ‘먼저 선택’해야 활성화됩니다.
질문2. 나이프 툴과 ‘가위 도구(Vector Crop Tool)’는 뭐가 다른가요?
답변. ‘가위 도구'(정확한 명칭은 ‘벡터 자르기 도구’)는 오브젝트의 ‘바운딩 박스’를 줄여 잘라내는, 포토샵의 ‘자르기 툴’과 유사합니다. 반면 ‘나이프 툴’은 오브젝트 내부를 자유로운 선으로 ‘분할’하는, 말 그대로 ‘칼’입니다. 또한 ‘가위 도구(Scissor Tool)’는 기존의 ‘노드’나 ‘패스’를 끊는 데 사용합니다. 나이프 툴은 경로와 상관없이 새로운 경로를 만들며 자릅니다.
질문3. 어피니티 디자이너 V1(구 버전)에도 스태빌라이저 기능이 있나요?
답변. 아닙니다. 나이프 툴 자체와 스태빌라이저 기능은 2022년 말에 출시된 어피니티 디자이너 V2 버전부터 탑재된 핵심 기능입니다. V1 사용자는 아쉽지만 펜 툴로 직접 따서 불리언 연산을 하는 수동 작업을 해야 합니다. V2로 업그레이드할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결론
어피니티 디자이너의 나이프 툴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스태빌라이저’ 설정 없이는 반쪽짜리 기능에 불과합니다. 이 강력한 손 떨림 보정 기능은 마우스 사용자도 펜 타블렛 사용자처럼 부드럽고 자신감 있는 절단선을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더 이상 울퉁불퉁한 절단면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마십시오. ‘로프 모드’와 ‘선분 닫기’를 켜고, 픽셀 단위의 완벽한 컷팅으로 당신의 작업 속도와 퀄리티를 동시에 높여보시길 바랍니다.